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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인도-India

배낭메고 세계일주 - 024. 인도에서 멍 잡기.



오늘 아침은 어제 사온 식빵과 치즈, 인도식 우유다.

상온의 유제품은 언제 상할지 모르기에 항상 저온보관을 해야하는데 아직까지 인도에서 저온보관하는 우유를 볼수가 없었다.

또 저온보관을 하고 있다해서 방부처리를 안했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는데 길거리에서 매일 아침과 저녁에 봉지 우유를 판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우리나라 삼각우유처럼 포장이 되어 있는데 맛은 살짝 짜이맛이 났다.

식빵은 우리나라에 비하면 모자르지만 꽤 부드럽고 직접 화덕에 구웠다는 증거로 약간 그을려 있는데 맛있었다.

아침을 먹고 여행기를 쓰고 계속 멍을 잡다보니 저녁시간이 됐다.

아침에 먹던 식빵이 조금 남았기에 식빵을 먹고 간단히 요기를 하러 나갔다.

도사라고 불리는 음식인데 바삭하게 구운 전병 속에 양념을 속에 넣어주는데 배가 안찬다는 것이 흠이지만 꽤 맛있다.

인도에는 난방개념이 없기에 겨울의 여행자들은 다들 침낭을 펴고 잔다.

자전거 여행을 할 때 쓰던 침낭은 극동계용이라 부피가 너무 커서 배낭여행용으로 3계절용 정도로 하나 샀는데 꽤 따뜻하다.

자전거 여행할 때는 씻지도 못하고 들어갔었는데 배낭여행을 하니 매일 샤워 후에 침낭에 들어가면 느껴지는 포근함이 참 좋다.

샤워를 하고 얼굴을 만져보니 지금까지는 더운 동남아에 있어서 괜찮았던 피부가 추운지역에 오니 까칠해지기 시작했다.

인도에는 히말라야 화장품이 그렇게 싸다길래 큰 수분크림을 한통 샀는데 140루피(한화 2800원)정도밖에 안했다.

이거바르고 뽀송뽀송해져서 여우같은 마누라를 얻어야겠다.

밤이 되면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사람들은 가트로 나온다.

달이 이쁘길래 사람들과 달을 묶어 연출을 해봤는데 내 실력이 미천함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근데 밤마다 기타와 젬베를 들고와 김광석의 '일어나'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처음에는 좋았지만 매일 똑같은 레퍼토리의 노래들을 들으려니 질린다.


 

검은밤의 가운데 서 있어

한치 앞도 보이질 않아 

어디로 가야하나 어디에 있을까

둘러봐도 소용없었지

인생이란 강물 위를 뜻 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숫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한번 해보는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끝이없는 날들 속에 나와 너는 지쳐가고

또 다른 행동으로 또 다른 말들로 

스스로를 안심시키지

인정함이 많을수록 새로움은 점점 더 멀어지고

그저 왔다갔다 시계추와 같이

매일매일 흔들리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해보는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가볍게 산다는 건 결국은 스스로를 얽어매고

세상이 외면해도 나는 어차피 살아 살아있는걸 

아름다운 꽃일 수록 빨리 시들어 가고 

햇살이 비추면 투명하던 이슬도 한순간에 말라버리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 처럼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 처럼

김광석 - 일어나 



<오늘의 생각>


자꾸 늘어지는게 싫지는 않다.


오늘 아침은 서양애들이 먹는다는 오트밀을 먹어보기로 했다.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것은 먹어봤지만 오트밀은 앞에 계신 형님덕분에 태어나서 처음 먹어봤다.

맛은 씨리얼과는 좀 달랐지만 고소해서 꽤 맛있었다.

우유랑 먹으면 뱃속에서 불어난다고 하는데 불기 전이라 그런지 배가 안 부르길래 좀 많이 먹었다.

그러고나서 또 하루종일 멍을 잡는다.

그냥 여러 생각을 하다가 아무생각도 안하고 가만히 있기도 한다.

가만히 있다가 음악을 듣다보면 또 멍을 잡게 되는데 이러다보면 하루가 지나간다.

갠지스 강 주변을 보면 연날리는 아이들이 많은데 매번 보기만 하다가 오늘은 나도 연을 날려봤다.

어릴 때 한두번 날려본게 전부라 연을 띄우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오늘의 생각>


연날리기는 너무 어렵다.


오늘도 아침에는 오트밀을 얻어 먹고 점심에는 뭔가 색다른 것을 먹으러 시장에 나갔는데 길가에서 신기한 음식을 팔고 있었다.

으깬 감자에 카레같은 양념을 뿌려주는데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오묘한 맛이 났다.

또 하루종일 멍을 잡으러 가트로 나갔다.

간단하게 짜이 한잔을 시켜놓고 멍을 잡는다.

참 개팔자가 상팔자구나.

난 개나 고양이를 별로 안좋아한다.

귀엽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내 손이나 몸, 혹은 얼굴을 핥을 수 있는 동물은 별로 안좋아한다.

그렇기에 나에게 신기한 사람들 중 한 종류가 길가를 돌아다니는 개나 고양이와 아무렇지도 않게 놀아 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과자를 까먹고 있으니 귀신같이 알아채고 개들이 몰려든다.

감히 네발 달린 짐승이 인간과 겸상을 하려들다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 쫓아내보지만 씨알도 안먹힌다.

쫓아내다가 같이 놀던 친구에게 장난삼아 이 개들은 사람들이 매번 과자를 먹여주고 이뻐해줘서 버릇이 잘못들었다며 아마 땅에 떨어진 과자는 안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내 피같은 과자 하나를 땅에 던져줬더니 진짜로 안먹길래 난 당황하고 친구는 어떻게 알았냐며 신기해했다.

이런 배가 부른 놈들을 봤나.

오늘도 연을 날렸다.

꼬맹이들이 하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고 여러사람에게 물어보며 겨우 땅에 연을 놓은 상태에서 하늘에 띄우는 것까지는 배웠다.

근데 연이 자꾸 찢어져 테이프를 사러간다니까 구경하던 서양 누나가 한마디 하셨다.

'니 실력을 보니까 엄청 크고 긴 테이프를 사와야 할 것 같아.'

나도 그럴 것 같다며 큰 테이프를 사와서 계속 연습을 하는데 동네 꼬마애들이 자꾸 달라붙어서 한번 날린다고 하고 연싸움을 하려한다.

난 그럴 때마다 처절하게 외친다. 

'I love peace. No fight.'

연을 하도 격렬하게 날렸더니 안쓰던 팔 근육이 비명을 질러 그만 날리고 돌아왔다.

오늘 저녁에는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또 길거리 음식을 주워먹었다.

길거리 음식의 매력은 이름은 모르지만 맛있고 싸다는 것이다.

난 아직 집으로 돌아갈 날이 멀었기에 잘 모르겠지만 분명 단기로 여행을 나온 사람들중 여행지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면 한국에 다시 돌아가기 싫어할 것이다.

하지만 집을 떠난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고 자신의 일상에 복귀해야하며 나 또한 여행이 끝나는 날 돌아가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번 숙소에서 만난 한 여학생도 여행의 끝이 다가오자 집으로 돌아가기 싫은 사람 중 하나였다.

내일 자정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꼴까타에서 뜨는데 바라나시에서 꼴까타로 가는 기차가 5시간정도 연착이 됐고 같은 숙소에 묵은 아저씨가 그거 타봤자 제시간에 꼴까타로 못들어간다며 타지말라고 말을 했다.

여유시간이 12시간정도라 현재까지 연착이 5시간이 됐다면 7시간이 남으니 우선을 기차를 타야하는 것이 맞지만 자신도 돌아가기 싫고 옆에서 못간다고 부추기니 진짜로 공항에 가지 않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휴학을 한 것이 아니고 아직 학생이니 이번에 비행기 티켓을 찢어봤자 2~3주정도밖에 더 못있을텐데 집에 안 가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또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이 100% 본인의 결정이라면 가만히 있었겠지만 이미 옆에서 누군가 개입을 했기에 균형을 맞춰주기 위해 나도 끼어들었다.

우선은 기차를 타고 가서 꼴까타에 도착했는데 비행기 시간이 안맞는다면 그 때 인도에 더 머무는 것이 맞지 않냐며 내 생각을 말했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 가다가 마음이 바뀌거나 하면 그 때 돌아오라고, 100% 자신의 결정으로 남겠다는 마음이 들면 돌아오라고 했다.

그 학생은 결국 기차를 타러 갔고 알아보니 기차는 3~4시간정도만 연착이 된 상태로 꼴까타에 도착했고 돌아오지 않은 것을 보니 집으로 간 것 같다.

사람들은 알게모르게 남의 인생에 관여하며 살아가는데 악의적으로 남을 컨트롤 하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의 생각>
 
 
왠지 적적한 밤이다.

그리고 남의 인생을 조작하려는 사람들이 싫다. 

오늘도 아침으로 싸고 맛있는 뿌리를 먹었다.

같이 지내는 형님에게 돈내고 한국식당같은 곳은 절대 안가고 그 지역음식 위주로 먹는다고 하니 계속 그렇게 길거리에서 주워먹고 다니면 설사가 터질거라고 예언했다.

설사가 터질 땐 터지더라도 난 내 위장을 믿는다.

나도 오늘 바라나시에서 떠나는 날이다.

1달을 있으라고 해도 괜찮은 도시가 바라나시지만 내가 인도에 와서 본 것도 없이 시간이 흐르니 우선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기차가 저녁에 출발하기에 어제 떠난 여학생이 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박완서 소설은 대학입시를 준비할 때 읽은 '그 남자의 집'밖에 기억이 안나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바라나시에서 먹는 마지막 저녁이니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매번 가던 탈리집에 갔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도 공짜밥을 주고 있었다.

평소라면 좋아서 달려갔겠지만 마지막 만찬을 먹어야한다는 생각으로 발길을 돌렸다.

여행자거리인 벵갈리토라로 돌아와 버터치킨을 시켰다.

물론 한마리는 비싸니까 반마리로 시켰다.

인도에 들어와 처음으로 고기를 먹는데 닭다리의 맛을 온몸으로 느끼며 먹었다.
원래부터 음식을 흡입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여행을 하다보니 더 심해졌다.
음식을 먹을 때 제대로 음미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정말 맛있었다. 비싸지만 않으면 매일 먹을텐데...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요거트가 땡겨서 라씨집을 찾는데 보이지가 않아 그냥 또 신기해 보이는 것을 먹었다.

아저씨가 손을 움직여 사진이 제대로 안찍혔는데 감자같은 것에 요거트소스를 뿌려 먹는 것이었다.
맛이 시큼해서 별로였지만 다 먹었다.

내 숙소에서 바라나시역까지는 약 6km정도 떨어져있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오토릭샤는 80루피(한화 1600원), 자전거를 개조한 사이클릭샤는 30루피(한화 600원)정도 하는데 오토릭샤는 비싸고 싸이클릭샤는 다른 사람이 끌고 있는 자전거에 편안히 앉아있기가 뭐해 그냥 걷기로 했다.

역에 도착했을무렵 어디서 연주소리가 들리길래 구경을 갔다.
돌아가는 폼이 결혼식인 것 같아서 물어보니 역시나 결혼식이라고 한다.
행진 분위기도 나고 신이나서 20분정도 신부를 기다리는데 얼굴을 안보여줘서 그냥 나왔다.
나중에 알아보니 저 연주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계급이 있어 북치는 사람이 마음에 안들면 자기보다 낮은 계급의 사람을 북채로 때리기도 한다고 한다. 

바라나시에서 가야로 가는 기차는 주로 아침 일찍이거나 저녁에 있어서 고민하다가 적당히 늦은 시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가서 가야역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나도 가야역에 도착하면 이사람들처럼 바닥에 앉아 있어야 하는건가. 재밌겠다.

<오늘의 생각>

기차에서 잠을 자는데 모기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다. 

 

기차의 종착역으로 가면 마음놓고 자면 될텐데 중간에 내려야하니 푹 자지를 못했다.
거기다 모기들이 내 피를 너무 좋아해 자꾸 깨다가 결국 비닐봉지를 뒤집어 쓰고 잤다.
가야역에 도착해 역무원에게 웨이팅룸을 물어보니 2등칸으로 가라길래 가보니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잠을 자고 있는 아수라장이었다.
역을 배회하다가 1등칸 웨이팅룸이 있는데 딱히 지키는 사람이 없어 들어가보니 꽤 깨끗해 침낭을 펴고 잠을 잘까하다가 그냥 의자에 앉아서 선잠을 잤다. 

원래는 한 7시정도까지 역 안에서 기다리려고 했지만 좀이 쑤셔서 일찍 나와버렸다.
가야역에서 보드가야로 가려면 오토릭샤를 타야하는데 혼자타려니 너무 비싸 두리번거리니 합승릭샤가 있었다.

처음에는 적당히 태워서 출발을 했는데 가는길에 자꾸 태우다보니 결국 애까지 합쳐 15명이 타고 가게됐다.
힘들거나 짜증이 나지는 않고 그냥 재미있었다.
안에서 사진을 찍으니 별로 실감이 안나길래 중간에 내려서 이 작은 릭샤에 수 많은 사람들이 타있는 모습을 한번 찍고 싶었다.  

릭샤는 딱 보드가야의 입구까지만 데려다줬다.
보드가야는 불교 4대성지 중에 한 곳으로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곳이다. 

지도를 보니 걸어가지 못할만한 거리는 아니기에 릭샤꾼들의 호객행위를 무시하며 걷고 걸어 한국의 절 고려사에 도착했다.
불교의 4대성지답게 수 많은 해외의 절들이 있고 각나라의 절의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는데 한국의 고려사만은 표지판이 없었다.
그래도 불교의 4대성지 안에 있는 절인데 표지판도 없고 건물도 너무 초라해 안타까웠다.

내가 보드가야에 온 이유는 위파사나 명상센터에서 명상을 하기 위해서였다.

원래는 미리 인터넷으로 신청을 해야하는데 내가 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정원이 마감된 상태였기에 포기했었다.
그런데 명상센터에 직접가서 신청은 하고 오지 않은 사람을 대신해서 듣는다고 하면 참가시켜준다는 정보를 있길래 무작정 명상센터로 찾아갔다.

하지만 삶이 예상대로 된다면 재미없다는 것을 알려주듯이 퇴짜를 맞았다.
한국에서 명상들으러 왔다고도 해보고, 불쌍한 표정도 지어봤지만 2주뒤의 코스에는 넣어줄 수 있다는 말 뿐이었다.

고려사로 돌아와 생각을 해보니 명상은 한국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것이기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멍을 잡으며 스스로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고려사는 여행자나 순례객에게 숙식을 제공해주고 방문객은 기부금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중인데 저녁에는 티벳식 수제비가 나왔다.

음식을 가리지 않으니 당연히 맛있게 먹다가 앞에 앉은 사람을 보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오늘의 생각> 

고려사에서 밥을 먹는데 앞에 앉은 사람이 아귀처럼 먹는 모습을 보았다.

에너지를 얻는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것을 먹은 것 같다.

이제부터는 소식해야겠다.

 

고려사의 아침 공양시간은 새벽 6시이기에 10분전쯤 일어나 정신을 깨우고 식사를 하러 나갔다. 


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 방을 한번 쓸었더니 그 모습을 본 일본친구가 나보고 부지런하다고 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물어보니 내가 아침에 일어나 모기가 들어갈까봐 침낭정리 하는 모습을 보고 부지런하다고 오해한 상태에서 빗자루질까지 해버렸으니 아주 제대로 오해를 해버렸다.

하지만 기분이 좋아진 나는 그 뒤로 계속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침구정리를 했고 지금까지도 어느정도 정리를 하고 있다.

역시 칭찬은 게으른 나도 변하게 한다. 

아침을 먹고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자리에 세워진 사원인 마하보디 사원으로 갔다.

말은 사원이라고 불리지만 생긴 모습은 탑모양이다.

이 불탑은 스투파라 불리는데 초기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곳이 이 스투파라고 한다.

동남아시아에서 사원만 보다가 처음으로 스투파를 보니 신기했다.

이 사진처럼 손모양을 한 불상은 도대체 오라고 하는건지 가라고 하는건지 모르겠다.

이 나무가 바로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나무가 있던 자리에 심어진 보리수나무다.

원래 깨달음을 얻었던 보리수나무는 이교도들에 의해 잘려나갔고 지금 있는 보리수나무는 새로 심어진 나무라고 한다.  

BC 250년경에 보드가야를 방문했던 아소카왕이 원래 보리수나무에서 묘목을 채취해 스리랑카로 보냈었다고 한다.
그런데 원래 보리수 나무가 사람들에 의해 잘리자 스리랑카로 보내진 보리수나무에서 다시 묘목을 채취해 심은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 때문에 이 보리수나무의 삶도 평탄하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핏줄은 이어졌으니 다행이다.

보리수나무 밑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명상하는 사람들과 떨어지는 보리수나뭇잎을 주우려는 사람들이다.

나는 나뭇잎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나무 밑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가 나뭇잎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길래 같이 기다렸다.

이 친구는 오늘 오후 기차로 떠나는데 아직도 못 주웠다길래 내가 줍게 되면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저쪽에 떨어지길래 후다닥 달려가 주워서 선물로 줬다.

그 뒤 시간이 좀 남아 잠시 더 기다리는데 하나가 더 떨어지길래 이번엔 내가 가졌다.

조금 더 기다리니 또 떨어져 결국 총 3장을 주워 한 장은 고려사에 뒀다.

역시 비우면 얻는다는 말이 맞나 보다.

점심시간에 돌아와 밥을 먹는데 식탁에 가슴을 때리는 글귀가 써져있었다.

식사를 할 때마다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이 몸을 지탱하는 약이라는 생각을 하며 먹어야겠다.

딱히 불교신자는 아닌데 불교와 관련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된다.

오늘 점심메뉴는 된장국이 나왔다.

여행중에 한식이나 패스트푸드나 체인점 음식은 먹지 않기로 했는데 고려사에 가면 한식이 나온다길래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고민을 했었다.

그래서 나름 생각한 방법은 메뉴를 확인해보고 한식이 나오면 조용히 밖으로 나가 로컬식당에 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 메뉴를 살짝 확인하러 갔더니 스님과 사람들이 어서와서 먹으라고 하는데 차마 '한식은 안먹습니다'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우선은 된장국을 먹기로 하고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하며 최대한 오롯이 먹으려고 노력했다.


먹고난 뒤 앞으로의 여행에서의 음식 기준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신념은 깨지라고 있는거라지만 완전히 깨지는 않고 약간 수정하기로 했다.

어차피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스스로의 양심에 찔리지 않는다면 한식이라도 먹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참 편한 기준이 스스로의 양심이지만 여행기에 거짓을 말하거나 일부러 숨기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할 수 있다.

여행기를 쓰며 내 여행을 다시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여행기를 쓰는 이유니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반성하기 위해서라도 사실을 쓸 것이다. 

여담으로 음식에 대한 신념을 이야기하자면 채식주의자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고려사에 묵고 있는 캐나다 친구는 달걀도 안 먹는 채식주의자다.
그런데 하루는 우리나라 수제비와 비슷한 티베트음식인 뗌뚝에 계란이 풀어져 있었다.
난 고작 4달밖에 안 되는 신념을 수정하는데도 힘들었는데 이 친구는 3년 전부터 달걀을 포함한 육류를 안 먹고 있었다.
고민하던 친구에게 어쩔 수 없으니 그냥 건더기만 건져 먹는 것이 어떠냐고 말을 했더니 처음에는 건더기만 건져 먹다가 결국에는 그냥 다 먹었다.

여행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는 신념이 있을 것이다.
그 신념을 철저하게 지킬지, 타협하며 살아갈지는 개개인의 판단이며 옳고 그른 것은 없고 누군가에게 남의 신념을 평가할 권리도 없다.
나는 그저 내가 살아가면서 너무 꽉 막히지도, 너무 풀어지지도 않은 적당한 선을 지키고 싶다.

<오늘의 생각>


부처님이 상을 주셨다.

마음을 비우면 얻나보다.


오늘도 밥 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멍을 잡고 여행기를 쓰는 하루의 연속이었다.
인도에 와서 구경은 안 하고 멍잡기에 열중하니 옆에 계시던 신자님이 나에게 출가하라고 하신다.
내가 안된다며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딸내미랑 알콩달콩 살거라고 하자 잘해보라고 응원해주신다.

오른쪽에 있는 커플은 한국인 남자, 일본인 여자 부부인데 여행중에 만나 결혼했다고 한다.

왼쪽의 남자도 일본인인데 보드가야에서 이 부부를 만나 같이 고려사로 왔다고 한다.

다 같이 불장난을 하고 있는데 땔감으로 쓰고 있는 것은 화장실에 있는 휴지이다.

인도사람들은 뒷처리를 물로하기에 휴지로 닦는 문화가 없어 휴지처리를 난감해 하기에 이 부부가 솔선해서 휴지를 태우러 간다길래 나의 그릇이 한참 작음을 느꼈다.

<오늘의 생각>


뉴스를 보니 한국에 안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땀을 흘린다는 석불이 땀을 흘렸다는데 나도 간밤에 이상하게 땀을 많이 흘렸다.
무슨일이 일어나려 하는건 아니겠지. 

 

고려사에서의 일상은 밥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남은 시간에는 여행기를 쓰거나 책을 읽거나 멍을 잡는다.

오늘도 점심을 먹고 밍기적거리다가 보드가야 구경을 하러 밖으로 나왔다.
멧돼지 가족과 멍멍이 가족이 세력싸움 중이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나타나 두 가족 모두 쫓아내버렸다. 

길을 가는데 인도의 꽤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이 보드가야를 방문한 것 같았다.
경찰차와 앰뷸런스, 소방차까지 대동한 수십대의 자동차 행렬이 지나가는데 대놓고 찍으면 경찰이 뭐라할까봐 다 지나가고 찍었다. 

난 오늘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놀이기구를 발견했다.
보드가야에는 아주 작은 놀이동산이 있는데 이 곳에서 관람차가 돌아가는 모습을 봐버렸다.
내가 알고 있던 관람차는 아주 천천히 돌며 높은 곳에서 밑을 관람하는 것이었는데 보드가야에 있는 것은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는 관람차였다.
안에 탄 사람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소리를 지르며 타길래 나도 한번 타볼까 생각했지만 아시다시피 난 고소공포증이 있는데다 전혀 안전해보이지 않아 구경만 하다가 지나쳤다. 

절을 들어가는데 학생들 단체사진을 찍길래 단체사진 찍는 모습을 개인사진으로 찍었다.

부처님, 매일 비는 내용이지만 제 여행이 안전하고 행복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해주시고 우리 가족에는 화목이, 한반도에는 평화적 통일이, 전 세계에는 평화가 가득하게 해주세요.

오늘 나들이의 목적인 다이죠쿠 대불을 보러 갑시다.
다이죠쿠 대불은 높이가 25m인 보드가야에서 가장 큰 불상인데 유명해지니 다른 나라에서 서로들 더 큰 불상을 만들겠다고 경쟁이 붙고 있다고 한다.
역시 사람은 최초, 최고, 최대라는 수식어에 매혹되나보다. 

어? 설마 이게 그 크다는 다이죠쿠 대불인가.
추억의 100배즐기기가 루앙프라방에서 파방의  크기를 잘못 적어놨던 것이 순식간에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근데 다른 사람들은 큰 불상을 보고 왔다고했기에 뭔가 이상하다. 

다이죠쿠 템플이 맞는데...
다이죠쿠 대불은 다이죠쿠 템플에 있어야하는거 아닌가? 

밖에 나와 둘러보니 표지판이 있었다.
표지판을 따라가보니 바로 옆에 큰 불상이 보였다.
참 크기는 크다. 근데 크기가 큰 것 말고는 딱히 별다른게 없어 시시했다.

어떻게 만들었나 했더니 조각조각을 이어붙여 만든 것이었다.
조각을 하나하나 맞출 때 엄청 재미있었을 것 같다. 

다시 돌아가는 길에 학생들 100여명이 맞은편에서 오고 있었다.
근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나를 구경하듯이 보길래 나도 지지 않고 한명한명 눈을 마주치며 구경했다. 

수고했으니 아이스크림 하나 먹어야지.
엄청 단데 가격은 30루피(한화 600원)으로 좀 비쌌다. 

와이파이 기계가 아마 2층에 있는데 다른 사람들 핸드폰은 와이파이 신호를 잘 잡던데 내 핸드폰은 구형이라 와이파이를 잡으려면 이렇게 손을 올려서 잡아야한다.
와이파이를 훔쳐서 쓰니 벌을 받는 기분이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는 스마트폰을 안썼었다.
제대하고 1년안에 떠나는게 목표였기에 그냥 피쳐폰을 사용하며 돈만 벌었는데 떠나기전에 친한 동생이 그래도 해외나가면 필요할거라며 자기가 쓰던 스마트폰을 협찬해줬다.
근데 여행을 하다보니 스마트폰이 있어 편리한 것들이 많아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다. 

여기가 고려사의 도미토리인데 모기가 좀 많아 모기향을 사다가 피웠었다.
시설이 좀 열악해 보이기는 하지만 내 몸하나 눕기에는 충분하다.  

<오늘의 생각>

법화경을 읽던 도중 부탄에서 와 공부하는 스님을 만났다.
그런데 하시는 행동이 전혀 도를 추구하는 모습이 아니고 말도 그저 두루뭉술하게 어디서 들은 내용으로 넘어간다.
뭔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야기를 하다가 그만뒀다.
 근데 법화경에서 부처님이 말씀하시길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해를 못하기에 비유로 설하고
또 어리석은 중생은 설하는 사람의 겉모습만 본다는데 그게 바로 내 모습인 것 같다. 

 

이번에 고려사에 있으면서 법화경을 읽어보았는데 밀린 여행기를 쓰다보니 절반정도밖에 못 읽었다.
나머지 반은 나중에 또 인연이 닿으면 읽을 수 있겠지.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고려사를 이제 떠난다.
웰컴이 아니라 굿바이 고려사. 

기차를 타러 가는데 파파야가 맛있어 보여 한 그릇을 사서 기차에 오른다.
인도에서는 과일에 마살라라 불리는 향신료와 후추를 뿌려먹는데 맛이 오묘하다.
과일 한 접시에 10루피(한화 200원)이니 큰 부담도 없어서 괜찮다.

기차표를 끊을 때 멀리서 오는 기차는 연착될 가능성이 높기에 머리를 쓴다고 일부러 가야역에서 출발하는 기차표로 끊고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채식주의자 캐나다 친구의 기차표를 보고 내가 얼마나 바보짓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친구는 인도에만 있는 특이한 기차시스템으로 하루전에 돈을 더 내고 사는 긴급티켓인 따깔을 이용했는데 내가 산 기차표와 가격차이가 얼마 안났다.
거기다 SUPER FAST 기차여서 연착도 얼마 안되고 나는 16시간이 걸려 가는 거리를 8시간만에 도착한다.
난 SUPER SLOW라고 서로 웃으면서 헤어졌는데 역시 얕은 지식으로 나대면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

<오늘의 생각>

어설픈 잔머리 굴리다 역으로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