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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다시 태국-Again Thailand

배낭메고 세계일주 - 022. 먹고 마사지 받고 또 먹어라.


나는 무식해서 몸으로 느껴봐야 제대로 깨닫는것 같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맥주를 마시고 남아 있던 망고스틴을 먹기 시작했다.

아무리 술을 좋아해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술 먹기는 태어나서 처음인데 결국 남아 있던 맥주 3캔을 다 먹었다.

어제 표를 끊어놓은 버스 회사에서 픽업까지 해줬다.
해외 각국의 수 많은 사람들이 태국으로 건너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나도 그 많은 사람 중 한명이었지만 난 제발 버스에서만은 배가 아프지 않기만을 바랄뿐이었다.

이렇게 불안해 할거면 안먹고 남겨두면 됐겠지만 내가 사놓은 맥주이니 내가 책임지고 치워야한다.

캄보디아 국경은 앙코르 유적지처럼 생겼다.

근데 앙코르 유적이라는 엄청난 유적지가 있어서 좋은 점도 있겠지만 캄보디아는 앙코르 유적만 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점은 좀 아쉽다.

그리고 앙코르 유적을 보수, 복원하는 나라는 프랑스와 일본이 대표적인데 무료로 복원을 해주는게 아니라 그 돈을 이자까지 다 계산해서 캄보디아 정부에 청구한다고 한다.

결국 유적지를 가진 나라보다 투자한 나라가 돈을 더 버는 씁쓸한 현실이다.

<캄보디아 여행 경비>

여행일 9일 - 지출액 260달러 (약 27만원)

앙코르유적지 입장료 60달러와 비자료 25달러를 제외하면 얼마 쓰지 않았다.
방은 싱글룸에 매일 맥주를 먹었지만 앙코르유적지를 자전거로 구경해서 돈을 절약했다. 

 

태국 입국심사장인데 패키지로 온 단체 여행객들은 기다리지 않고 먼저 들어가서 한참을 기다렸다.

캄보디아 출국심사장에서도 한참을 기다리는데 경찰에게 돈을 주면 경찰이 여권을 가지고 들어가 도장을 찍어다주는 모습이 보였다.

돈이면 다 되는구나.
그래도 돈으로 못 사는 것들을 위해 살아야겠다.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은 버스가 이동하지 못해서 태국으로 걸어서 넘어 온 뒤 다른 차를 타고 방콕으로 가야한다.

국경을 넘어온 순서대로 스티커에 번호를 써주고 번호순으로 방콕으로 출발하는 것을 몰라서 여유부리다가 거의 마지막 번호를 받았다.

국경에서 밴을 타고 방콕 카오산로드에 도착하니 저녁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한국인들이 북적거리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 한인숙소를 한번도 안갔었는데 베트남에서 만났던 누나가 태국 한인숙소에 가면 여행고수들이 많고 좋다고 추천해 처음으로 한인숙소에 짐을 풀었다.
 

계속해서 배가 아파 아무것도 안먹고 있는데 짐을 풀고 체크인을 하러 내려왔더니 자꾸 라면을 먹으라고 권해 딱 한입만 먹었다.

쉬고 싶어서 그릇을 씻으러 가려니 방콕에 와서 벌써자냐는둥 여기저기서 참견을 하다가 자기들이 밥까지 말아먹은 설거지도 나보고 하라고 한다.

컨디션이 안좋아 그런지, 나름 해외물을 먹어서 그런지 기분이 나빴지만 우선 한국에 왔으니 한국법을 따르기로 하고 배가 아프지만 막내니까 설거지를 했다. 

<오늘의 생각>

 처음으로 한인숙소를 잡았는데 살짝 후회도 된다.

 
아침에 일어나 방을 빼려니 귀찮아 그냥 대충 웃으며 지내기로 결정했다.
  

우선 태국 돈을 가진게 없으니 시티은행을 찾아 간다.

얼마를 뽑을지 고민하다가 인도로 가기전에 마사지나 실컷 받기로 하고 돈을 넉넉하게 뽑았다.

자동차의 진행방향이 바뀐 것을 보니 태국에 온 것이 실감난다.

오늘은 좀 살만해 밥을 먹으러 갔는데 밥을 쥐꼬리만큼 준다.

이거먹고 어떻게 살라는거지.

아저씨 꼬치 좀 주세요.

난 봉지에 담긴 코코넛쥬스를 원했는데 콜라밖에 없다길래 그냥 먹었다.

여행기를 쓰면서 그냥 쉬고 있는데 사람들이 씨암에 가자고 한다.

씨암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한국으로 치면 명동이라길래 처음에는 거절했다가 생각해보니 이번에 아니면 혼자는 안 갈 것 같아서 따라나섰다.

근데 나보고 어제부터 어리버리버리하게 지내고 있다면서 정신차리라고 한다.

컨디션이 안좋은 모습이 어리버리해 보인 것 같은데 그저 웃지요.

우리는 문화시민이니까 택시에서 저러지 맙시다.

태국 방콕이 많이 발전했다고 들었지만 이런 모습일 줄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완전 별천지다.

규모도 한국의 쇼핑센터보다 크고 건물 내부도 깔끔하다.

태국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는데 오길 잘했다.

관광산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다닌 동남아시아의 모습은 툭툭을 빼면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이간 사람이 밥을 먹으러 갈건데 조금 비싼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1인당 500바트(한화 18000원) 정도라는데 지금까지 30바트(한화 1000원)짜리 밥만 먹었기에 조금 부담이 됐지만 그동안 수고한 내 몸에게 상을 주기로 했다.

이건 대게요린데 맛있었다.

생선요리도 하나 시키고 총 7가지 요리를 먹었는데 확실히 비싼 값을 했다.

근데 먹다가 생선에서 머리카락이 나와 말을 하니 다시 요리를 해왔다. 역시 비싼 곳은 다르다.

내 튼튼한 위장에게 감사합니다.

서울의 밤거리라해도 믿길정도다.

<오늘의 생각>

어리버리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좋아해야하는 건가.
 

오늘은 캄보디아에서 자전거 타느라 수고한 내 몸을 위해 마사지샵을 가기로 했다.

가는길에 대학교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역시나 맛있지만 우리학교 학생식당이 더 맛있는 것 같다.

여기가 마사지 샵인데 여행자들이 오는 곳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오는 물리치료실 같은 개념이라고 한다.

2시간짜리를 받았는데 내 다리 근육이 뭉친 것을 안건지 귀찮은건지 1시간 30분동안 다리만 집중적으로 마사지를 받았는데 결과적으로 시원하긴 했다.

힘도 세고 좋기는 했지만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으면서 대충 해 서비스쪽으로는 별로였다.

나와서 딸기망고쉐이크를 하나 먹는데 인도가면 저렴한 쉐이크를 못먹을거라 생각하니 아쉽다.

팔찌같은 걸 하나 사고 싶어서 구경하는데 뱀뼈로 만든 팔찌가 있길래 내가 뱀띠고 올해가 뱀의 해니까 의미를 부여하며 샀다.

의미를 부여하며 쇼핑을 하다니 아직까지 소비위주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옆에는 코끼리 꼬리로 만든 팔찌가 있길래 발에 차면 코끼리의 기운으로 잘 돌아다닐 수 있을거란 생각에 같이 샀는데 발에 안맞아 손에 꼈다.

코끼리 발찌를 안차도 내 발은 이미 코끼리 발처럼 두꺼운가보다.

어제 저녁에 밥을먹다가 주말에만 열리는 짜뚜짝시장이라는 곳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서 가보기로 했다.
근데 가는 버스안에서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이런것만 잘 보인다.
 

마음에 때가 얼마가 끼었나 알아보는 타락도 테스트에요.

잘 안보였으면 마음이 깨끗한거니까 그냥 넘어가세요.

여기가 짜뚜짝시장인데 동남아시아 최대의 시장이라고 한다.

더우니까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시작합시다.

배가 고프니까 꼬치도 하나 먹어야지.
먹는게 남는거고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고 했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더운 동남아시아를 돌면서 맥주마신 기억은 있어도 아이스크림을 먹은 기억이 없다.

억울하니 하나 더 먹어야겠다.

시장이 엄청 넓은데 구역이 정해져있고 그 구역마다 취급하는 품목이 다르다.

이쁜 것도 많고 신기한 것도 많고 재밌는 것도 많은데 여행할 날이 많이 남은 내가 살만한 것은 없다.

시장에 와서 구경만 하려니 억울하다.

억울하니 하나 더 주워먹어야겠다.

에이 목마르니 음료수도 하나 마셔야지.

결국 물건은 하나도 못사고 먹을 것만 먹으니 짜뚜짝 시장 구경이 끝났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데 아무도 버스비를 안내길래 물어보니 버스비를 안내도 되는 버스를 왕실에서 만들어놨는데 운이 좋으면 탈 수 있다고 한다.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던데 어떡하지.

숙소로 돌아오니 오늘도 밥을 먹으러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섰다.

다리가 있지만 걸어가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서 배가 운항한다.

요금은 단돈 3바트(한화 100원). 이걸로 기름값이나 나오려나 모르겠다.

오늘 간 곳은 고기뷔페다.

뷔페라는 말에 무조건 콜을 외쳤는데 음료수도 무제한이었다.

고기질은 당연히 안좋았지만 고기로 배를 든든히 채웠다.

근데 같이 간 아저씨께서 봉지에다가 음식들을 싸시는데 말려도 안듣고 옆에 있는 태국애들은 웃고 창피해 죽는줄 알았다.

우리 제발 해외에서 나라 망신 시키는 어글리 코리안은 되지 맙시다.

<오늘의 생각>

방콕에 와서 아무것도 안하고 먹기만 하는 것 같다.

 

역시 노점에서 밥을 먹으면 많이 줘서 행복하다.

밥을 먹고 소화도 시킬겸 럭셔리하게 오일 마사지를 받았다.

점심은 즉석에서 갈아주는 100% 오렌지쥬스와 와플 한개다.

왜 이렇게 조금 먹냐구요?

같은 숙소에 있는 형이 샤브샤브 뷔페를 가자고 했거든요.

방콕에 와서는 평소에 꿈도 꾸지 못할 곳들에서 저녁을 먹는다.

아 물론 일반 여행객들은 부담없이 다니는 식당들인데 찌질한 내 기준에서 럭셔리한거다.

여기 김치도 나오는데 내돈내고 한국음식 먹으면 찌질하니까 안먹었다.

내가 생각해도 내 성격 참 특이하다.

근데 밥먹는데 같이 간 다른 아저씨가 또 자기 자랑을 엄청나게 한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만난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은 다 좋았는데 한인숙소에서 만난 몇몇 아저씨들은 정말 마음에 안든다.

욕하면서 닮는다는데 만약 내가 저렇게 늙을까 두렵다.

화장실 표시도 내 성격만큼 특이하다.

원래라면 저런 곳에서 술을 먹고 있었겠지만 이상하게 방콕에 오고부터는 술이 안땡긴다.

내 간에 이상이 생긴건 아니겠지.

<오늘의 생각>
 

한국 사람은 왜이렇게 자랑을 좋아할까.

 

어제 샤브샤브집을 주선한 형이 말하기를 아침에 숙소 앞에서 맛있는 죽을 파는데 그 죽을 먹는자가 부지런한 자라고 했다.

난 부지런하니까 당연히 먹어야지.

죽을 먹고 그 형에게 인도에 관해 물어보고 있는데 고기뷔페에 가서 음식을 싸던 아저씨가 말을 건다.

참고로 이 아저씨는 역사를 잘 외우고 있는데 밥먹고 시간만 나면 역사이야기를 한다.

아는게 역사밖에 없다.


아저씨: 오늘 떠날거면 역사 이야기 좀 듣고 가야겠네.

나: 네. 인도에 대해서 좀 알고 나중에 들을게요.

아저씨: 니가 지금 인도에 대해 아는 것보다 나한테 역사 2시간 제대로 듣는게 니 인생에 도움이 되는거야.

나: 네. 근데 제가 지금 인도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요. 나중에요.

아저씨: 너 중국의 황제가 신라핏줄인건 아냐. 너 누가 누군지 알고나 사냐.


아나. 여행하면서 무시당할 짓은 안하고 살았는데 한인숙소라 한국법을 따를려고 샤바샤바를 잘 했더니 이 아저씨가 사람을 막대하네.

역시 자신만 아는 사람들을 치켜 세워주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내 성격이 폭발했다.


나: 제가 공대생이라고 아저씨한테 일방적으로 수학가르쳐준다고 오라고 하면 좋아요?
     공업수학도 모르고 산수밖에 할줄 모르면서 세상 잘 산다고 하면 기분 좋아요? 

     저도 25살이나 됐고, 스스로의 뜻으로 여행다니고 있는 사람한테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제가 싫다고 했으면 싫은거지. 왜 자꾸 그래요.

     아는게 역사만 있는게 자랑은 아닌거 같으니까 그냥 말걸지 마세요.


이런식으로 대화가 끝났는데 나는 제발 곱게 늙고 싶다.


아침부터 기분이 안좋은 일이 있었기에 또 2시간동안 마사지를 받았다.

점심에는 또 맛있다는 집을 찾아 갔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걸 보니 맛있긴 맛있나 보다.

쫄깃국수라는데 면발이 전분으로 만든듯한 느낌이었다.

맛있긴 맛있었다. 하지만 요리왕 비룡이 떠오르는 맛은 아니었다.

근데 방콕에 와서 카오산로드에 나가보지도 않았다.

떠나기전에 배낭여행자의 메카라 불리는 카오산로드 구경은 한번 해봐야할 것 같아서 나왔는데 별거 없었다.

아 별거 있었다.

난 망고스틴 쉐이크가 지구상에 존재할 것이라는 상상도 하지 않았는데 카오산로드에서는 팔고 있었다.

역시 카오산로드는 없는게 없구나.

맛은 망고스틴은 그냥 생으로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맛이었다.

오늘이 방콕에서 마지막 날이라 마사지를 한번 더 받았다.

이제 한동안은 동남아를 다시 올일이 없을텐데 마사지가 그리워지면 어떡하지.

태국에서의 마지막 밤이니 팟타이를 먹기로 했다.

후식으로는 요거트.

아 언제쯤 부자가 되서 요플레 뚜껑을 안핥아먹고 버릴 수 있을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건희도 요플레 뚜껑은 핥아먹는다던데...

남에게 쓰레기인 100배즐기기를 주는 몹쓸 짓은 차마 못할 짓이라 태국을 떠나는 날 불태우려 했는데 밍기적거리다보니 태울 시간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표지 뒤에 절대 이 책에 의지하지 말라는 글을 쓰고 숙소에 두고 나왔는데 쓰레기로 인해 피해입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여러분 제발 저처럼 돈주고 쓰레기 사지 마세요.  

이제 남의 눈을 의식할 때는 지났다.

당당하게 쌀포대로 가방을 씌웠는데 내이름 나왔네.

아 어차피 비행기 티켓에 이름이 다 나오는구나.

그래요. 내이름은 최용민. 거꾸로 하면 민용최.

우리가 배운 우유바다젓기 신화에요.

기억이 안나면 캄보디아편 복습하고 오세요.

깜빡하고 창가자리로 달란말을 까먹었는데 발권해준 누나가 가운데 자리로 줬다.
하지만 하늘도 내가 촌놈인 것을 아는지 창가자리가 비었고 또다시 창가에 앉았다.
아 신난다.

<오늘의 생각>
 

다시 비행기를 타려니 설렌다.



<태국 여행 경비>

여행일 5일 - 지출액 3800바트 (약 14만원)

매일 마사지 받고  비싼 음식을 먹었다.
나름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