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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라오스-Laos

배낭메고 세계일주 - 006. 신선놀음.


내가 원하는 진정한 라오스를 찾기 위해서 배를 타는 것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아...소고기다... 

한 50분정도 슬로우보트를 타고 강의 상류로 올라가니 집들이 보인다.
드이어 므앙 응오이 느아에 도착했다. 여기가 라오스의 오지라는데 과연 나에게 진짜 라오스를 보여줄 것인지 궁금하다.
므앙 응오이 느아. 이름에서부터 오지의 냄새가 팍팍 풍기지 않는가? 

각자 생각하는 라오스는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한 라오스의 길거리는 한산하고 사람들은 적당히 있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드디어 진정한 라오스를 찾았다.

평화로운 곳이라 하지만 배에서 내리자마자 게스트하우스 주인들이 모여든다.
3만킵짜리 방이 있다길래 쫓아가보니 마을 안에 있어 강이 안보인다. 역시 싼 곳은 이유가 있다.
그냥 잠을 자기 위한 숙소를 찾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휴식을 하려고 왔으니 돈을 더 내더라도 강가로 가기로 하고 다른 곳으로 갔다.

아까 배에서 한국인 어르신들을 만났는데 인연이라고 씻고 술한잔 하자고 하셔서 식당에 갔는데 한국에서 왔다니 직원이 소주도 있다고 한다.
근데 소주잔이 너무 작아 감질맛이 안나 소맥을 타 먹기로 하고 넙죽넙죽 받아마셨다.
역시 한국인끼리 만났을 때는 소주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오늘의 생각>
진짜 라오스를 만났다.
근데 소주도 파네? 


므앙 응오이 느아에는 식당이 얼마 없다.
내가 좋아하는 저렴한 노점 음식도 별로 없다.
하지만 어제 도착하자마자 15000킵(한화 2천원)에 먹을 수 있는 뷔페가 있다는 광고를 봤다.
아침에 찾아가니 진짜로 15000킵에 볶음밥, 빵 등등을 먹을 수 있다. 
우선 속이 꽉찬 샌드위치를 하나 만들어 먹고, 

탱글탱글한 달걀후라이와 볶음밥도 먹고,

바게트 튀김을 먹었는데 얼마나 단단한지 포크가 휘었다.
하지만 내이빨과 위장은 튼튼하다.
어르신들과 만나서 같이 식사를 하는데 오늘이 10일만에 서는 장날이라고 시장에 가보라고 하신다. 

쓰던 것 같은 양철냄비들도 팔구요.

각종 생필품들을 파는데 나도 비누하나와 먹거리를 조금 샀다. 

어제 구한 내 방갈로다.
웬만한 숙박업소는 정찰가이기에 흥정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므앙 응오이 느아에서는 아줌마가 나에게 먼저 접근해왔기에 또다시 흥정의 시간이 왔다.

아줌마: 저기 좋은방있는데 보러갈래?

나: 얼만데요? 
아줌마: 우선 보고 결정해. 가자.

나: 네. (방을 보니 내 마음에 든다.)
아줌마: 원래 6만킵인데 5만킵에 줄게.

나: 4만에 주세요.
아줌마: 4만은 안돼. 5만도 싼거야. 다른방은 6만이야.

나: 최소 3일 있을건데 4만 주세요.
아줌마: 진짜 안된다니까.
나: 에이 알았어요. 하루에 4만 5천.
아줌마: 5만이 마지막이야.

나: (이정도면 시세가 진짜 5만정도다.) 알았음. 3일에 14만.
아줌마: 에이.. 대신 다른 사람들한테는 진짜 비밀임.
나: 걱정말아요. ㅎㅎㅎ


근데 진짜 라오스를 만나서 뭘 했냐구요?
이제부터 알려드릴게요.

우선 빨래를 했어요.
1kg에 8000킵(한화 1천원)이면 해주는데 남는게 시간이고 에너지니까요.
거기다 7000킵이면 캔맥주가 1캔이에요. 

그러고 강가를 바라보며 멍을 잡죠.

이 해먹에 누워서요.
므앙 응오이 느아에 있는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는 해먹을 가지고 있어요. 

아침을 많이 먹어 배부르니까 간단히 요기하구요.
묵처럼 생긴 초록색은 묵이 맞아요.
우리나라와 다른 건 양념장 대신 코코넛 가루가 뿌려져있고 묵이 좀 달달해요. 

책도 읽고요.
여행을 가기전에 책을 한권만 가져가야하는데 뭘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고른게 불경이에요.
기독교 신자였으면 성경을 가져갔겠지만 전 그냥 불교에 호감이 있는 무교거든요. 

그리고 마을 구경도 하구요.
마을은 정말 작아서 2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어요.
특별한 것도 없고 그냥 닭과 오리와 사람들이 있을뿐이에요.

이게 므앙 응오이 느아에서의 내 일상이다.
루앙남타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만난 페루커플과 이야기하다가 난 므앙 응오이 느아에 갈 것이라고 이 곳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그러자 그 곳에 가서 무얼 할거냐고 묻길래 아주 짧게 대답했다.
'I'll do nothing, just enjoy peace.'
그러자 그들은 자기들은 부산에서 2년간 살았었는데 나보고 아주 특이하다고 했다.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단체로 몰려다니고 꼭 무언가를 하기 위해 살아간다고, 나와는 다르다고 했다.
물론 나도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다시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고, 돈을 벌겠지.
하지만 지금 이순간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니까. 평화를 즐기고 싶다. 
미래에도 바삐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이 때를 추억하며 한 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싶을 뿐이다.

마을에는 아이들이 많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난 아이들이 정말 귀엽다.
그러니까 누가 내 아를 낳아줄 사람 어디 없나요.

특별한 것 없는 마을이지만 그냥 마음이 내킬때마다 돌아다녔다.

그러다 저번에 사먹은 엄청 싼 오렌지 같이 생겼던 과일 나무를 찾아냈다.
너무 싸서 땅에서 주워오나 생각했었는데 내 생각이 맞았다.
나무 한 그루에 엄청나게 많은 열매가 달린다.

저 푸른 하늘이 정말 좋다.
아무것도 없는 하늘보다는 하얀구름이 낀 하늘이 정말 좋다.

그냥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는데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사진찍어줄까? 하고 손짓발짓을 했더니 포즈를 취한다.
시야도 카메라를 안보고 다른 곳을 보는 전문 모델이다.

아 므앙 응오이 느아에 대해서 설명을 안했구나.
이곳은 전기가 없어요. 은행도 없고요. 냉장고와 세탁기, 와이파이는 당연히 없지요.
저녁 6시부터 3시간만 발전기를 돌리는데 이 때만 마을에 불이 들어오고 가끔가다 발전기가 멈추면 전기가 끊기기도 해요. 

저녁에는 다른 식당에서 하는 뷔페에 갔는데 아침보다 좀 부실하다.
가격이 저렴하니 당연히 고기종류는 없다.
그런데 혼자 식탁에 앉아 밥을 먹다 둘러보니 주위는 다 커플들뿐이다.
오가며 만나서 인사하고 같이 이야기한 사람들도 다 커플들이다.
지금까지 여행은 대부분 혼자 다녔기에 혼자 밥먹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나 외로움을 느낀적은 없었다.
근데 정말 좋은 곳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사실에 문득 외로워졌다.
난 고독을 즐길줄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늙어가나보다. 

하지만 괜찮아. 나에겐 맥주가 있으니까.
전세계 어디를 가도 맥주와 술이 날 반겨주니까.
아 전기가 없는 므앙 응오이 느아에서도 맥주는 얼음냉장고에 보관해 항상 시원하게 즐길 수 있어요.

<오늘의 생각>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물 흐르는듯이 흘러가면 되는 것을
근데 조금 외롭다. 

 

마을에 있는 수많은 닭들이 울어대기에 늦잠을 잘래야 잘 수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 딱히 할일이 있는게 아니니 강가로 가서 물구경이나 한다.

스님들이 탁발하는 광경도 보고.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시주가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돈은 절대로 안된다고 한다.
시주를 받으면 기도를 해준다. 

어르신들은 탁발하는 풍경을 찍고 난 그런 어르신들을 찍고 누군가는 그런 나를 찍고 있으려나.

오늘도 아침은 뷔페에서 든든하게.
배가 터질때까지 먹는다.
떠나는 그날까지 알차고 실속있게 먹어주마.
어르신들은 커피도 시켜드시지만 난 술맛은 알아도 커피맛은 모르겠다.

소화시킬겸 강구경좀 더 하다가 내 집으로 돌아간다.

잠 좀 더 자구요.
어제 사진 재탕아님. 또 찍은 사진임. 난 부지런한 남자니까요. 

먹었으면 싸는게 모든 생명의 본질이니라.

비웠으면 채우고 채웠으면 비우는 것 또한 배워야 하니라.

길거리에서 고기를 구워 파는데 비계 90%의 돼지 고기지만 여행중인 나에게 맛없는 음식은 있다? 없다?

저녁을 먹으려고 길을 가는데 강남스타일이 들렸다.
이 오지에서도 강남스타일이 인기구나를 느끼며 웃으면서 쳐다보는데 나보고 안으로 오라고 손짓을 한다.
들어가보니 술판이 벌어져있고 식당주인 아줌마는 저녁영업 접으시고 외쿡친구들과 계속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도 그들과 알콜농도를 맞추기 위해 맥주 1병을 시켜 스트레이트로 다 마시고 아줌마가 따라주는 위스키를 넙죽넙죽 받아 먹었다.
아줌마가 밥도 주고 술도주고 음악도 줘서 신나게 춤을 추다가 나왔다.
내 젊고 싱싱한 간아, 죽는날까지 건강하게 알콜을 분해시켜다오.

<오늘의 생각>
불경을 읽는데 모기가 내 손에 앉았다.
부처님은 육신부터 시작해 모든 것을 다 보시하셨다는데 내가 어찌 생명을 해하겠는가.
결국 모기님이 만족스럽게 내 피를 빨아드시고 날아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따라 안개가 더 많이 끼었다.

3일 내내 똑같은 뷔페다.
근데 안질리냐구요? 젊어서 하는 여행에서 밥은 에너지를 얻기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맛있는건 나중에 돈 많이 벌었을 때 먹을게요.

배도 채웠으니 이제 다시 돌아가 봅시다.

므앙 응오이 느아에서 신선놀음 제대로 하고 돌아가는데 올 때는 보이지 않던 전경이 보인다.

옛 이야기에 나무꾼이 신선놀음 구경하다보니 도끼자루 썩는줄 몰랐다던데 현실이 얼마나 변했나 확인해야지.
이제 진짜 라오스를 만나봤으니 사람들에게 유명한 라오스를 보러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