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고기를 구울 땐 쿠킹호일을 깔고 구워야 설거지가 편하다. (~day 05)

잠을 자는데 12시쯤에 텐트가 많이 흔들려 잠에서 깼다.
처음엔 누가 텐트를 흔드는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는데 옆 하천이 넘치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어제 둑방길을 추천해 주신 아저씨께서 '대한민국이 망하기 전까지는 안넘친다'라 하셨기에 안심하고 핸드폰을 보니 엄마에게서 '강원도는 비 안온대. 잘자' 라고 문자가 와 있는데 12시가 아니였으면 전화해서 빗소리를 들려줄 뻔했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5시 30분에 일어났는데도 비가 오길래 그냥 더 자야지 하고 잠들었다가 6시쯤 되니 비가 그쳐있었다.

우리 집앞 전경.

2일간의 끌바로 인해 물집이 잡혔다.
새살이 솔솔 마데카솔과 상처엔 후시딘 둘 중에 고민하다 마데카솔을 바르고 텐트를 정리하고 어제 사온 꿀호떡과 남은 쿨피스를 먹었다.
텐트를 말리려 했지만 도저히 해가 안 떠 그냥 대충 털고 대관령을 향해 출발했다.

조금(?) 끌고 올라가니 진부가 나오고 happy 700은 아마 평균고도가 700m라는 뜻 같다.
올라가는 길에 하이브리드자전거+배낭 조합으로 강릉가는 분을 만났는데 뒤쳐지면 창피할까봐 인사만하고 열심히 올라갔는데 그 뒤로 보이질 않았다. 

고도가 781m인데 배터리효율 문제로 기압식고도계를 안썼으니 오차가 있다해도 750m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난 진부령을 넘어왔다고 뿌듯해하며 대관령은 832m니까 100m만 더 올라가면 되네 하며 기고만장했었다.
근데 알고보니 진부령은 강원 인제군 북면(北面)과 고성군 간성읍을 잇는 태백산맥의 고개로 높이 529m밖에 안된다더라.

신나게 끌고 올라온 당신, 내려가라.

비가 솔솔 내리길래 버스정류장에 잠시 세우고 꿀호떡 섭취. 참 아름다운 칼로리의 빵이다.

gps를 보니 815m로 나와 의아했지만 옆에 자동차전용도로에 '대관령구간 안개조심'이라고 써있길래 '대관령도 별거 없구나'하며 즐거워했다.
근데 진부령과 대관령 둘 다 표지석이 없어 많이 실망했다. 

왜 대관령을 넘었는데 오르막이 계속되는지 궁금해하며 아름다운 하늘을 쳐다보며 대관령 옛길을 따라간다.

저번 겨울에 대관령 삼양목장을 갔다왔기에 양떼목장엔 관심이 없었는데 지나가는 길에 보니 좀 작긴 작았다.
풍력발전기도 안돌아가는 전시용이고 그러니까 여러분 삼양목장 가세요. 삼양목장은 저 삼양라면 협찬 좀 해주시고요. 

얼라? 왜 여기에 해발 832m가 써있지...
저쪽에 표지석엔 대관령이라 써있고... 오늘 헛물 여러번 켜고 다닌다. 

어쨌든 대관령에 왔으니 된거라 생각하며 진짜 대관령 인증샷.

저~~~ 끝에 보이는게 바다인데 계속 산만 타다 드디어 바다가 보이니 목적지에 다 온 기분이었다.

대관령 셀프 인증샷.
대관령에서 강릉쪽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비도 오고 급경사에 커브길이라 사진도 못찍고 오로지 생존을 외치며 내려왔다.
하도 브레이크를 잡았더니 손바닥이 너무 아프고 브레이크 패드도 갈아야 할 것 같다. 
내려와서 길가에서 못말린 텐트를 말리고 동해로 출발. 

동해 1,2 터널을 지나는데 덤프트럭이 슝슝지나가는 2차선도로+터널+업힐이 만나면 정신력 소모가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터널 지나갈 때는 후미등을 켜고 대낮에 술먹고 운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만 하며 겁먹지 말고 지나가는 방법뿐이다. 

강릉에서 동해쪽으로 달리다보니 드디어 옆으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고 이 땐 철조망이 그저 북한군을 막기 위한 철조망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드디어 동해시에 입장하는 순간.
첫 목적지를 동해로 잡고 동생면회가는 것만 정하고 떠났기에 가슴이 벅찼다.
해군 1함대 사령부앞을 지나며 위치를 확인하고 주위에 텐트칠 곳이 없어 해수욕장에 갔더니 8시부터는 해수욕장에 민간인은 못 있는다며 군인들이 쫓아냈다.
군대 있을 때도 북한 욕을 별로 안했는데 이날은 정말 많이 했다. 북한만 없었으면 캠핑을 할텐데 하며 주위를 둘러봐도 시내라 텐트 칠만한 곳이 없어 울며겨자먹기 반, 깨끗히 씻고 쉴 수 있다는 마음 반으로 찜질방으로 향했다.
아침 점심을 꿀호떡으로 때웠더니 배가 너무 고파 국밥집을 찾다찾다 못찾아 짜장면 곱배기를 시켜먹고 찜질방에서 잠을 잤다.

내가 잔 찜질방인데 사람도 별로 없고 꽤 좋았지만 요금이 8000원이라 가슴이 아팠다.

<오늘의 생각> 
빨리 통일이 되서 동해에 있는 해수욕장에서 캠핑하고 싶다. 

동생을 면회외출로 부르는데 안에 있는 간부가 애인은 되지만 형이 면회온 건 인정이 안된다는 개소리를 시전해 1시간정도 기다리다 국방부에 연락하려니 내보내줬다. 내가 복무할 때는 친구도 되던게 왜 피를 나눈 형제도 안되는지 모르겠지만 아침은 간단하게 먹고 점심은 해변가에서 코펠로 고기를 구워 먹었다. 1조각 익으면 반으로 갈라먹고 다시 1조각 구웠지만 최고의 맛이었다.
이날은 그냥 놀고 먹고 마셨으니 이 한장으로 끝.

<오늘의 생각>
 고기를 구울 땐 쿠킹호일을 깔고 구워야 설거지가 편하다.

어제 사놓은 빵으로 아침을 때우고 울진을 목표로 잡고 달리다가 체인에 오일을 치고 있는데 외쿡횽아 2명이 'HI~'하고 지나갔다가 다시 올라와 'May I help you?'라 하며 인연이 시작됐다.
이 친구들은 체코에서 서울로 비행기타고 와서 임진각, 춘천, 설악산에서 대청봉 등반, 강릉, 속초를 찍고 부산으로 가고 있는 스탠(우)과 프랭크(좌)인데 같이 울진까지 가기로 했다. 

나도 영어를 잘 못하지만 프랭크도 잘 못해 내가 스탠에게 말하면 스탠이 체코어로 번역을 해주는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나도 체코어를 모르니 졸지에 스탠이 통역사가 돼버렸다.
지금까지는 토요일 저녁에 동해에 도착해야한다는 생각만으로 달렸으니 이제는 주위를 둘러보며 여행을 하기로 했다. 

유명한 해신당에 왔는데 사방이 다 거시기라 거시기했다. 

크고 아름답고 거기에 황금빛이야....


이건 까만데 크고 움직여....

컬쳐쇼크중인 스탠.

하지만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니 외설스러운 것도 없었고 스탠과 프랭크에게도 짧은 영어로 전설을 설명하느라 혼났다.

(전설의 내용)
옛날 이 마을에는 장래를 약속한 처녀 총각이 있었다. 어느 봄날 처녀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바위섬으로 미역을 따러 가게 되었다. 한낮이 되었을 무렵에 바다에는 강한 바람이 불면서 집채같은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심한 풍랑 때문에 총각은 배를 띄울 수가 없었고, 처녀는 파도에 쓸려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 후부터 이 바다에는 고기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마을 북쪽의 바닷가 벼랑에 있는 큰 나무를 해신당으로 모시고 음식을 장만하여 고사를 지냈으나 고기는 잡히지 않고 마을은 점점 피폐해져가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총각이 고기가 안 잡혀 화가 나 술을 마신 뒤 해신당 나무에 오줌을 갈겼다. 그날 밤 총각의 꿈에 처녀가 나타나서는 제사음식을 잘 받았다고 하였고, 바다에서는 예전처럼 고기가 잘 잡히게 되었다. 그 후 이 마을에서는 처녀의 원혼을 해신으로 모시고 남근을 깎아서 바치는 풍습이 생겼으며, 정월 보름과 시월의 오일(午日)에 제사를 지냈다. 정월 보름에 지내는 제사는 풍어를 기원하는 것이고, 시월의 오일에 지내는 제사는 동물 중에서 말의 남근이 가장 크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처녀가 총각을 기다리며 애를 태우다 죽은 바위섬을 마을 사람들은 `애바우'라 부르는데 해신당에서 북서쪽으로 1킬로 정도 떨어진 검푸른 바다 위에 외롭게 떠있는 하얀 바위가 그것이다.

프랭크는 이런거를 좋아하는 것 같아 뿌듯했다.

동해바다를 제대로 놀러 온 것은 처음인데 해신당공원의 전망은 참 마음에 들었다.

12지신도 거시기하게 만들어놨다.

물도 맑고 풍경도 좋아 제주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다음에는 제주도도 가보라고 추천했다. 

태어나서 오므라이스를 처음보는 체코인의 표정.
그동안 말이 안통해 한국식당에 못 가고 매번 빵이나 라면을 먹었다기에 식당을 가려는데 굴국밥, 된장찌개, 김치찌개, 생선구이 등은 못 먹는다고 해 그냥 중국집으로 갔다.
밥이랑 면중에 뭐 먹을꺼냐니까 밥에 도전한다고 해 오므라이스를 시켜줬는데 젓가락질도 어느정도 하고 양파와 단무지를 아주 마음에 들어한다.
다먹고 물을 좀 떠간다고 하니까 삼다수 2L짜리 한 통을 주신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구름도 한번 보고

드디어 강원도와 작별인사를 한다.
이제 더이상 산은 없는 거라며 그동안 수고했다고 스스로 칭찬한다.

자전거가 너무 무거워요....

7번국도에 있는 도화동산이라는 곳인데 전망도 좋고 강원도와 경상북도 사이에 있어 의미도 특별하다.

내 옆에 있는 한국인친구는 20여일간 무전여행을 하고 있는 친군데 도화동산에서 만났다. 

풍경이 너무 좋아 파노라마로 한 컷 찍으니 스탠과 프랭크는 WOW를 연발한다.

매번 마을회관, 교회 같은데서 자고 점심은 굶는다는 대단한분...
난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어서 거지여행을 즐기지만 나중에 여행기가 올라오면 꼭 보고싶다. 

왼쪽이 스탠의 자전거로 앞,뒤 패니어를 다 달고 다니고 오른쪽 프랭크의 자전거는 리어패니어만 단 대신 물을 4L씩 들고 다니고 있다.
자전거도 스탠이 좀 더 잘 타는 것을 고려해 저런 짐 분배를 하고 다니는 것 같다.
하지만 난 프랭크를 따라가기에도 힘이 들지만 악으로 깡으로 쫓아간다.
대한민국 국도 중 악명 높은 국도 1위는 서울~강릉 6번 국도고 2위는 삼척~울진 7번 국도라는데 계속되는 업힐과 다운힐은 정말 힘들었다. 

울진에 도착하니 원자력 발전소가 보여 설명해주니 한국에 총 원자력 발전소가 2개가 다냐고 물어 최소 15개 이상일 것이라 했더니 놀라워했다.
찾아보니 23개가 있는데 여러분 전기를 아껴씁시다.
도화공원에서 아저씨 한분을 만났는데 울진에서 저녁을 사주신다고 하셔서 삼겹살과 돼지갈비를 얻어먹고 텐트를 치고나니 캔맥주를 또 사주셔서 포식을 하고 잠이 들었다.

<오늘의 생각>
다 좆이구나 다 좆이구나 다
다 좆이구나 다 좆이구나 다
다 좆이구나 다 좆이구나 다
다 좆이구나
다 좆같구나
UMC 2집 -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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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기 구울 때 쿠킹 호일 깔면 몸에 안 좋아요~환경호르몬이 마구마구...그리고 양은 냄비도 안좋구요~몸에 축적되면 알츠하이머 유발물질이 나온다네요~몸에 좋은 건강한 여행되시라고 지나치다 못해 글 남기네요~건강식도 꼭 챙겨드시길^^

  2. 원래 여행을 좋아하셨군요..그 용기와 기백에 감탼과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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